[불과 글]
우연히 읽은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이 쓴 글쓰기에 관한 에세이집 『불과 글』 의 표제작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안에는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 철학자 ‘게르숌 게르하르트 숄렘’이 ‘요세프 아그논’에게 전해들은 에피소드가 삽입되어 있었는데 불과 기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과거 불을 지피고 기도하는 장소는 시간이 지나 잊혔지만 여전히 그 모든 것을 이야기(문학)로 전달할 수 있다는 하나의 비유로 아감벤은 내용을 해석한다. 나는 그것을 기억의 소유에 대한 의미로 받아들였다. 내가 부르는 이 노래는 나의 노래일 수 있는가? 혹시 누군가의 기억에서 유래된 것은 아닐까? 나는 그 기억을 소급하고 싶었다. 이 노래는 태초의 불꽃이 타는 소리에서 문명의 이기인 열차 소리로 끝맺음을 하지만 사실 그 반대로 귀결되는 노래이다.
[적끈]
상과 벌, 중력과 은총. 서로 반대 지점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양면적이다. 우리는 모두 고통이 가져다주는 쾌락도, 쾌락이 가져다주는 고통 또한 알고 있다. 그렇기에 고행자들이 자신의 신체에 채찍질 하는 행위는 사실 신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유희이다. 쾌락과 반성의 양가감정에 대해 고려하며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 안에 나타난 일종의 낙하 효과 또한 이질적인 것이 아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 기복이라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고자 노력하지만 여전히 쾌락을 좇는 아둔함과 그 순수함. 그렇기에 이 노래는 다분히 인간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저무는 빛]
알려진 것과는 달리 빛은 편재하지 않는다. 방 안에 머물면 빛 또한 자신만의 선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빛이 머무르고 주목하는 자리에 다가서면 차츰 저물어가는 빛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이 노래는 등 돌린 빛에 대한 아쉬움과 마주한 노래이다. 누군가는 그 아쉬움으로 인해 못내 티브이를 켠다. 그러면 어두운 방속에 빛은 크게 산란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 만족할 수 있으나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대리적인 빛이다. 그 가벼운 빛을 극복하고 온전한 빛의 자리에 먼저 다가와 기다리면, 담담한 빛은 내일과 함께 찾아온다. 나의 불면이 제작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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