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앨범 제작기 - 앨범아트, 프로필 사진, 뮤직비디오
지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2018년 7월, 인천의 세 싱어송라이터 Pa.je 이권형 박영환이 함께 컴필레이션 음반 [인천의 포크]을 제작했고, 이어 2019년 연작 [서울, 변두리]를 발매합니다. [인천in]은 이에 매주 1차례씩 8회에 걸쳐 지역 음악과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반 제작 프로젝트의 취지와 내용을 소개하며, 인천과 서울, 그 변두리 지역을 오가며 활동한 세 팀(클라우즈 블록, 단식광대, 물과음)과 함께 음반 제작 과정과 프로듀서 인터뷰, 아티스트들의 대담 등을 기록하고 그 의미들을 찾아봅니다.
- 시작하면서
2월 중순까지는 전체 회의를 거쳐 계획을 정리했다. 6월 초·중순쯤 앨범 발매를 목표로 잡고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4월까지는 녹음을 마무리하고, 5월엔 믹싱까지 끝내는 일정이었다. 또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음원 작업 외에는 거의 직접 해결했다. 결과적으로 거의 예산 없이 모든 과정을 마무리했다. 이전 기사에도 언급했듯 이는 극단의 독립적인 작업 시도에 가까운 것이었다.
많은 일이 동시에 이뤄지는 일정에 계획은 필수다. 먼저 일주일 간격으로 선공개 되는 싱글 시리즈 발매일정과 정규 음반일정을 체크 했다. 유통사와 유통 날짜를 조율하고, 시간이 걸리는 해외 유통까지 고려해 적어도 발매일 보름 전에는 유통 자료를 송부할 수 있게 타임라인을 정리하고 일을 나누었다.
총 9곡 중 차례로 선공개 되는 2곡과 정규 음반 타이틀곡까지 총 3편의 뮤직비디오와 3개의 앨범아트가 필요했다. 음반은 단가가 낮고 소량 제작 가능한 테이프로 제작했으므로 테이프 속지 디자인도 필요했다. 프로모션에 사용될 프로필 사진도 찍어야 했다. 그러니까 아래는 앨범아트, 프로필 사진 촬영, 뮤직비디오 제작 이렇게 크게 세 가지의 과정을 기록했다. 처음 DIY(Do it yourself)로 음반을 제작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왼쪽부터 '물과음', '단식광대', '클라우즈 블록'. <사진 : 김태원>
- 앨범아트 디자인
앨범아트 디자인을 맡은 단식광대 구자랑의 직장과 나의 거주지가 가깝다. 평일에 약속을 잡는다. 구자랑이 노동을 끝내고, 야간노동을 하는 나의 출근 시간 전 남는 2시간이 앨범아트 작업 시간이다. 숙대입구역 주변 카페에서 주로 만나 회의하고 작업했다. 구자랑은 이미지 편집에 능숙하여 함께 작업하기 수월했다.
프로젝트 초기인 2월, 앨범아트 작업을 위해 팀별로 유년기 시절 사진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는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아니므로 앨범아트 작업 시 특별히 보정할 필요가 없는 필름 질감을 활용하고자 한 것이고, 둘째로는 과거 사진을 디자인에 활용하는 게 개개인의 서사를 조명하고자 하는 음반의 취지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싱글 시리즈 <주안>, <바다 같아>, 그리고 [서울, 변두리] 음반 앨범아트에 주인공들은 각각 클라우즈 블록, 단식광대의 홍철민, 물과음 김성훈의 유년기 모습이다.
멤버들의 필체를 따서 디자인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폰트 사용이 저작권에 민감하다는 점 때문에 시작됐다. 아티스트들의 개성이 묻어난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싱글 시리즈 <주안>과 <바다 같아>의 캘리그라피는 각각 클라우즈 블록과 구자랑의 작품이다. 정규 음반의 ‘서울, 변두리’ 캘리그라피는 ‘물과음’ 김성훈의 지인 캘리그라퍼 ‘밀라’의 작품이다.
왼쪽부터 싱글 시리즈 <주안>, <바다 같아>, [서울, 변두리] 앨범아트. <디자인 : 구자랑, 이권형>
- 프로필 사진 촬영
음반을 유통할 때 프로모션에 사용할 프로필 사진이 있으면 좋다. 이 역시 전문가와 작업하려면 비용을 책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당시 [인천의 포크] 참여 음악가 ‘파제’가 건너 아는 사진가가 촬영을 협업할 사람들을 모집 중이라는 정보를 줬다. 그렇게 사진작가 김태원과 협업하게 됐다.
김태원 작가 역시 직장을 다니며 개인 작업을 병행하는 사진가이다. 결이 맞는 협업 단위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첫 미팅을 통해서는 서로 협업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했다. [서울, 변두리] 참여 음악가들 역시 대부분 직장을 겸하는 음악가들이고, 프로젝트의 취지가 김태원 작가의 결과 맞아 함께 작업하자고 결론지었다.
2019년 5월 12일, 단식광대를 촬영 중인 김태원 사진작가.
몇 차례 기획 회의를 거쳐 서울역에서 촬영하기로 했다. 서울역에는 다양한 에너지가 교차한다. 지하철역, 광장, 서울로, 버스정류장과 건널목 등 다양한 배경을 통해 음반의 주제를 보여주기 좋겠다고 판단했다. 로케이션은 직접 제안했으나 구체적인 연출은 작가의 역량에 맡기고 관여하지 않았다. 서울역 광장 구석의 철문, 사람들이 오가는 건널목, 서울로 등에서 반나절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촬영했다.
추후 쓸만한 사진을 직접 골라 보정을 하고 보정된 사진을 직접 조금씩 편집해 프로모션에 활용했다.
왼쪽부터, ‘클라우즈 블록’, ‘단식광대’, ‘물과음’. <사진 : 김태원>
- 뮤직비디오 제작
2019년 5월 11일 <주안> M/V 촬영 현장의 신동민 촬영 감독과 필자
뮤직비디오는 기획의 규모에 따라, 곡의 분위기와 아이디어에 따라 제작비용 대비 결과도 천차만별인 작업이기도 하다. 사실 투입 예산을 줄여야 하는 입장에서 뮤직비디오 제작은 부담인 게 사실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총 세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 뮤직비디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영상은 내 전문분야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정규 음반 [교회가 있는 풍경]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촬영한 경험이 있었고, 예산 없이 기본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 보겠다는 전제하에 진행했다.
필자의 정규 1집 타이틀곡 <교회가 있는 풍경>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함께 했고, 오랜 기간 서로의 작업을 도우며 친분이 있는 촬영 감독 신동민, 그리고 그의 영화 동기 백민수 감독이 각각 <주안>과 <바다 같아>의 뮤직비디오의 촬영을 맡아줬다. 타이틀곡 <불과 글>의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직접 했다.
각각의 뮤직비디오 촬영 감독과 필자가 사전 회의를 우선 진행한다. 참고 이미지를 가지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하루 안에 촬영할 수 있는 계획을 짜 날을 잡아 촬영했다. 거의 무(無)예산에 가까운 실정이라 효율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촬영 중에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즉흥적으로 반영된다.
2019년 6월 2일 <바다 같아> M/V 촬영 현장의 백민수 촬영감독과 필자.
<주안>은 주안과 도원역 일대에서, <바다 같아>는 이화동 낙산 성곽길 부근에서, 그리고 <불과 글>은 명동의 한 건물 지하 창고에서 찍었다. 잘 아는 동네로 로케이션을 잡으면 촬영이 편하다. 나는 인천의 지리를 잘 아는 편이기 때문에 인천에서 진행하는 작업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각 팀의 거주지와 촬영의 여건도 함께 고려해 위와 같은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뮤직비디오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기한을 맞추는 것이다. 정식 유통을 위해서는 심의가 필요한데 심의 기간이 꽤 걸린다. 심지어 갖가지 이유로 반려 당하는 경우가 많다. 여유 있게 작업하지 않으면 날짜를 맞추기가 어렵다.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개인이 심의를 받을 수 있는 기관도 흔치 않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노출을 위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유통을 위한 심의도 받으려고 애쓰는 것인데, 심의를 받고 기다리는 식의 과정을 거쳐 보면 독립 음악가의 고단함이 느껴진달까. 매번 보람 있지만 한편으론 많은 고충이 따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요즘은 뮤직비디오를 정식으로 유통하지 않더라도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으니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인가 의문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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