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무뎌져가는, 저만치 있는, 거기에 있는
여기에 없는, 기대가 없는 사람은 알게 돼 (떠나며, 떠가며)
앞서가는 피난민이여, 뒤에 오는 피오닐이여
여기 모여서
황금과 몰약을 입술과 위장에 바치세 아무도 모르게
자, 재단에 놓여진 시간이 없으니 조그만 과자 한 봉지로 대신에 올리세
그래서
눈이 밝은 채로 나의 몸을 숨겼지
몸을 가린 채로 너의 말을 훔쳤지
아삭아삭 거린 건, 바삭바삭 졸인 건
아찔하긴 해도 간절하게 모여서
황금과 몰약을 입술과 위장에 바치세 아무도 모르게
자, 재단에 놓여진 시간이 없으니 조그만 과자 한 봉지로 대신에 올리세
새겨가며 배운 말 물 안에서 속삭여보면
곱씹으며 배운 말 뭍 위에서 펼쳐 내보면
그 파란, 그 파란
불꽃 위에 검은 색으로 글을 써내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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