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역은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구역을 뜻한다. 사실 나는 해당 단어를 알지 못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생각하다가 비교적 최근에서야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기수역은 정확히 어느 지점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그리고 물의 줄기가 만나는 곳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해수와 담수에 갇혀 사는 물고기들은 기수역을 통해 서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런 쓸모없는 생각들이 물고기의 꼬리처럼 내 머릿속을 휘젓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인간 또한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와 영역 속에서 각자의 호흡으로 살고 있다. 그래도 혹시 닿을 수 없지만 만날 수 있는 기수역과도 같은 곳이 우리에게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가능성’일 것이다. 서로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바로 그러한 가능성. 나는 그런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곡 자체는 드롭D튜닝으로 세팅해서 작곡했다. 튜닝 방식은 내가 좋아하는 조니 미첼의 기타 사운드 일부를 참고했다. 또 부드러운 감성을 이어보고 싶어 스틸 기타가 아닌 일부러 나일론 기타를 활용했다. 처음 새롭게 튜닝을 하고 연주했을 때는 무엇이건 죄다 사이키델릭하게 들려지는 것 같아 뭔가 그런 노래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통해 만들어진 기수역이라는 노래는 흥미롭게도 아주 심플한 발라드곡이 되었다. 기수역에 대한 테마는 이미 곡을 쓸 때부터 가지고 있었기에 작곡 자체는 아주 쉽게 진행되었다.
처음 기획부터 중창 형태를 고려했다. 강줄기처럼 여러 목소리가 이어지다 나중에 하나의 목소리로 합일되는 기수역의 형태를 노래 자체에서 구현하고 싶었다. 가급적이면 여성 보컬과 듀엣 느낌으로 하고 싶어 평소 좋아하는 목소리였던 ‘단식광대’의 구자랑 님께 부탁했다. 저음 파트 유니즌으로는 기타 잘 치고 노래 잘하는 프로듀서 서준호 님께 부탁하였다. 두 분 다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다.
노래를 들으면 알겠지만 중첩되는 화음들은 노래 마무리에 하나의 멜로디로 귀결된다. 여러 강줄기가 드디어 바다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그곳은 ‘소리가 없는 곳’이다. 소리 없는 곳, 혹은 소리가 필요 없는 곳. 그렇기에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이 노래는 매우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곡일 것이다. 소리 없는 곳에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의 불가능성 혹은 (결코 다다를 수 없는)이상성에만 의지해야 할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더는 소리(커뮤니케이션)가 필요 없는 타자와의 완전한 합일 과정으로도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창작자로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겠다. 해석은 청자의 몫이리라. 나는 쏟아 내었을 뿐이고, 이제 흘러가는 것은 그저 하나의 ‘노래’일 뿐이다. 다만 생의 굴곡에 사그라지지 말고 소통할 수 있는 넓은 바다를 향해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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