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서풍(feat.레코다메)
노래의 출발은 단순했습니다. 검은 바닷가 해변에 홀로 앉아 별빛을 바라보며 들을 수 있는 사운드트랙을 만들자는 의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웨스트코스트 사운드를 물과음 스타일로 조금 뒤틀어 표현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최종적인 결과물에는 잘 안 드러났을지는 모르겠지만, 고전적인 코드 진행라인을 조금은 묘하게 연결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초기 데모에는 노래 말미 보사노바 스타일의 연주가 담겨있기도 했고요.
결국은 노래도 가사도 꿈꾸는 듯한 풍경과 그 안에서의 멜랑콜리한 정서를 쭉 이끌어가는 것이 핵심이라, 이런 아이디어를 도움받기에 싱어송라이터 레코다메님이 최적이라 판단했습니다. 평소 그분의 음악에 바로 그러한 정서들을 느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덕분에 최선의 ‘웨스트코스트 드림팝’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올해 바닷가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저는 이 노래를 통해 이미 그곳에 있습니다.
2. 자정의 섬
피아노를 뚱땅거리며(차마 연주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것에 취미가 들어버렸습니다. 해당 노래도 그 놀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네요.
지나친 욕심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브라이언 윌슨이 ‘SMILE’ 앨범을 만들 때 아웃테이크된 데모같은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곡을 구성해 보았어요.
곡을 만들고 한동안 제목이 없었는데, 우연히 훌리오 코르타사르의 글을 읽다 ‘정오의 섬’이라는 단편소설이 꽤 맘에 들어 차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정오’보다는 ‘자정’의 시간에 더 어울릴 만한 곡이기에 제목을 바꾸었죠. 물론 영제로 자정을 ‘Self-Purification’으로 한 것은 일종의 농담 같은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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